<영국 Z세대의 의도적 언보싱>
영국의 Z세대 2030 직장인 사이에서 '의도적 승진 기피(conscious unbossing)'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고 합니다. 의도적 승진 기피 일명 언보싱이란 근로자들이 직장에서 일부러 보스 즉 중,상급 관리자로 승진하는 것을 늦추거나 피하려는 경향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과거와 달리 승진에 대한 욕심이 없어지고,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네요. 증간 관리자는 스트레스는 높지만, 보상은 낮다는 인식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들은 직장 내 성공보다 개인의 성장에 관심이 높아 부하 직원을 관리하는 것보다 개인적인 성장과 기술 축적에 시간 쓰는 것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 한국의 언보싱 심리 >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도 증가하고 있는데요. 한 취업 플랫폼 설문에서 2030 직장인 과반이 임원 승진 생각이 없다고 답했는데요. 그 이유로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것이 압도적이었다고 합니다. 그 밖에 승진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서, 워라밸이 불가능할 것 같아서, 회사생활을 오래 하고 싶지 않아서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고 합니다.
요즘 노무사나 노동법 전문 변호사들에게 회사나 근로자들의, 승진하고 싶지 않은데 발령 거부하면 잘리는지 퇴직금을 제대로 못 받는 건지 등등, 승진 거부에 관한 법률 문의가 쏟아진다고 합니다. 연말 인사를 앞둔 시기,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려고 서로 경쟁했던 때는 다 옛말이라고 하네요. 지금은 부장이나 임원 같은 '별'을 달아준다고 해도 싫다는 직장인이 많다고 합니다. 올라가 봤자 별 볼 일 없는 성장 한계의 시대, 불확실성 속 책임지기를 꺼리는 심리때문이라고도 합니다.
어중간하게 높은 자리는 책임질 일은 많고 욕먹기 쉬운 자리로 보는 시각이 팽배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중간 관리자는 '중간에 낀자', 임원은 '임시 직원'으로 불린답니다. 오히려 '웰빙 대리', '웰빙 9급'이 각광받는다고 하네요. 또 관리직을 책임 떠밀고 빨리 자르려고 임원 시키는 것, 선배들처럼 회사에 뼈 묻을 생각 없다, 밑바닥이 제일 편하다, 퇴근 일찍 해 부업을 하거나 쉬는 게 낫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공기업이나 국책 연구소에서는 대놓고 승진을 피하는 현상이 너무 심해 조직이 위태로울 정도라고 합니다. 승진 점수를 쌓아놓고도 "날 임원 명단에 올리지 마라" "딴 사람 알아보라" 고 하거나 갑자기 육아휴직이나 장기 병가를 낸다는 것입니다. 한국 전력 관계자는 "진급 안 하면 연고지에 알박기 근무가 가능한데 임원이 되면 가족과 떨어져 지방에 가야 하는 데다 연봉이 역전되기도 한다. 2년마다 임원이 교체되는데 나간 분들은 뭐 하는지 모른다"고도 말했습니다.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올해 단체협상에 '승진 거부권'을 안건으로 올리기도 했답니다. 간부가 되면 노조에서 탈퇴해야 해 고용 불안에 노출되니, 승진 안 할 권리를 보장하라는 것입니다. 과장이 되면 연봉은 1000만 원쯤 오르지만, 졸지에 '사측'이 돼 휴식, 수당 등 많은 권리를 박탈당한다고요. 그래서 대리들이 과장으로 강제 승진 당할까 봐 전전긍긍한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은 교육계, 경찰 조직에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 리더가 조롱받고 리더 자리가 공석이 돼 조직의 존재 자체가 위험해지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이런 조직은 존재하더라도 활력을 잃고 무사 안일주의에 곪아 들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합니다. 개인도 중요하고 개인이 속한 조직도 중요하고....
< 의도적 언보싱에 관한 대책>
대책이 있을까요? 일본에서는 중간 관리자를 외부에서 데려오는 '상사 대행'이 확산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 기업들은 아예 중간 관리자를 없애 '선제적 언보싱'으로 직원의 부담을 줄여준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임원에게 단순한 명예심보다는 확실한 금전적 보상과 책임 분산으로 당근을 줘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 조직에 헌신하는 사람들에게 조직이 어떻게 하느냐를 보면 개인들도 변하지 않을까요?
참고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4/11/16/7AZPUKM3FZF47JYLRZV2RZOI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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